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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큐슈에서 아이와 갈 만한 실내 공간을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곳이 있다.
북큐슈시립 육아교류플라자 ‘겐키노모리(元気のもり)’다.
JR 소쿠라역에서 무빙워크가 연결된 보행데크를 따라 약 5분이면 갈 수 있고, AIM빌딩 3층에 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비교적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위치다.
처음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건 가격이었다.
플레이존 이용료가 현재 기준으로 아이 100엔, 어른 200엔이다. 돌 전 아기는 무료이고, 당일 티켓을 가지고 있으면 다시 비용 내지 않고 재입장 가능하다. 별도 예약은 필요 없다.
부모와 아이 합쳐 500엔이다.
1. 아이의 놀이를 돕는 스태프
우리가 갔을 때는 주변에 거의 일본 아이들만 있었고, 외국인 아이는 우리 아이뿐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불편하거나 어색하지는 않았다.
놀이기구 주변에는 연세가 있어 보이는 여성 스태프들이 아이들을 세심하게 도와주고 있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인지 자원봉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상냥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에게 놀이 방법을 알려주고, 위험하지 않게 지켜보고, 잘했을 때 다정하게 격려해주는 태도가 특히 그랬다.
물론 모두 일본어였지만 표정과 손짓만으로도 아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2. 대부분 나무로 만든 아날로그식 놀이 기구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놀이기구다.
플라스틱과 전동시설 중심의 일반 키즈카페와는 분위기가 꽤 다르다.
특히 나무를 많이 사용한 놀이기구가 많고, 공식 시설 소개에도 ‘목재 놀이터’, 나무볼이 가득한 ‘나무 모래밭’, 목재 메리고라운드 등이 주요 시설로 소개되어 있다.
한국의 대형 키즈카페가 작은 놀이동산처럼 자동화된 느낌이라면, 이곳은 조금 더 아날로그적인 놀이가 많았다.
아이 혼자 버튼을 누르면 기계가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가 몸을 움직이거나 부모와 함께 해야 작동하는 놀이가 많다.
그래서 아이가 노는 동안 부모도 자연스럽게 함께 참여하게 된다.
아이에게 특히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가 회전 놀이기구였다.
그냥 전기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사람이 직접 페달을 밟아야 움직인다.
부모가 힘을 쓰면 아이가 타고 있는 구조물이 돌아가는 방식이라 아이는 신나고, 부모는 제법 운동이 된다.
놀이기구 하나에도 ‘누군가 움직여줘야 같이 놀 수 있다’는 상호작용이 있어서 일반적인 자동 놀이기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3. 벽 전체가 내 캔버스
또 기억에 남는 것이 수십미터의 긴 화이트보드였다.
아이가 작은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벽 전체를 캔버스처럼 사용할 수 있다.
혼자 크게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옆의 다른 아이들과 이어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그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겐키노모리에는 실제로 이런 ‘낙서광장’이 있고, 벽 전체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소개되고 있다.
아이도 꽤 오래 이 공간에 머물렀다.
4. 집에서는 하기 어려운 놀이가 많다
큰 북을 두드려보거나, 목재 놀이기구를 직접 움직이고, 커다란 회전 놀이기구를 타고, 수십 미터 길이의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경험은 집에서는 쉽게 하기 어렵다.
사진에 있는 큰 북처럼 실제 악기를 체험해보는 공간도 있었다.
겐키노모리는 이런 식으로 몸을 크게 움직이는 놀이와 감각 놀이, 소리 놀이를 섞어 놓은 공간이다.
5. 공간 배치를 잘했다는 느낌
시설 자체가 아주 화려하거나 최신식이라는 느낌은 아니다.
그런데 놀거리 배치가 굉장히 효율적이다.
아이가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다른 코너로 이동하고, 다시 앉아서 그림을 그렸다가 몸을 움직이는 식으로 놀이가 계속 바뀐다.
아이 시선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몸을 쓰는 놀이와 조용한 놀이가 반복된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 오래 있어도 쉽게 지루해하지 않았다.
공식 안내 기준으로도 플레이존 안에는 12개의 놀이공간이 마련돼 있다.
6. 정말 깨끗했다
바닥 상태도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이 계속 뛰고 구르는 공간인데도 먼지나 머리카락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직원들이 계속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유아가 바닥에 직접 앉거나 기어다니는 공간이 많은 만큼, 이런 청결 상태는 부모 입장에서 꽤 중요하다.
7. 부모가 쉬는 공간도 충분하다
아이만 생각해서 만든 공간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곳곳에 부모가 앉아 있을 수 있는 의자가 있고, 짐을 넣어둘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휴게공간이 따로 있어 가져온 음식을 먹는 것도 가능하다.
공식 안내에서도 음식 반입이 가능하고, 내부에는 음료와 아이스크림 자판기, 간단한 식품 판매시설이 있다고 안내한다.
그래서 굳이 짧게 이용하고 나갈 필요가 없다.
중간에 식사를 하거나 쉬었다가 다시 놀 수 있다.
당일 입장권으로 재입장도 가능하니, 소쿠라역 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돌아오는 방식도 가능하다.
8.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조용함’
그런데 시설보다 더 기억에 남은 게 하나 있다.
정말 조용했다.
아이들이 많은 공간인데도 소리를 지르거나 큰 목소리로 떠드는 아이가 없었다.
누가 제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 아이도 한국에서는 상당히 조용한 편인데, 그날만큼은 키즈카페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아이처럼 느껴졌다.
당시에는 이 차이가 꽤 낯설었다.
아이도 비슷하게 느꼈는지 여행 도중
“맛있는 건 많지만 너무 조용해야 해서 한국에 빨리 가고 싶다”
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이후였다.
몇 번 더 일본을 다녀온 뒤에는 아이가 오히려
“일본은 시끄럽지 않아서 마음이 편안하다”
고 이야기했다.
한 아이 안에서도 경험이 쌓이면서 느낌이 달라진 것이다.
9. 아이를 어떻게 자유롭게 둘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곳
그날 키즈카페에서 느꼈던 분위기를 일본 사회 전체의 모습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방문했던 그 공간에서는 내가 즐기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의 공간도 존중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아이가 기죽지 않고 자기표현을 잘하도록 격려하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고, 그것 역시 분명 중요한 가치다.
반대로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즐거움과 타인의 편안함 사이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도 아이가 배울 필요가 있다.
아이를 자유롭게 키운다는 게 단순히 무엇이든 크게 표현하도록 두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이곳은 우리 가족에게 단순한 키즈카페 이상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10. 위치와 이용정보
시설 이름은 **북큐슈시립 육아교류플라자 겐키노모리(北九州市立子育てふれあい交流プラザ 元気のもり)**다.
JR 소쿠라역 또는 모노레일 소쿠라역에서 페데스트리안 데크와 무빙워크를 이용해 도보 약 5분, AIM빌딩 3층에 있다.
현재 기준 운영시간은 10:00~18:00, 플레이존 이용료는 어린이 100엔, 어른 200엔, 돌 전 아기는 무료다. 플레이존은 기본적으로 미취학 아동과 보호자를 위한 시설이고, 미취학 아동과 동반하는 경우에 한해 초등학생도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다시 갈 수는 없지만, 미취학 아동과 기타큐슈를 여행한다면 유명한 관광지만 가는 것보다 이 곳도 한번 들러보라 추천하고싶다.